제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인사말 중 하나는 “많이 바쁘시지요?”입니다.
상대방의 안부와 안녕을 묻는 ‘잘 지내시지요?’ 혹은 ‘어떻게 지내셨어요?’보다는 일과 바쁨의 정도를 확인하는 것으로 점차 바뀌어 가고 있는 듯하다. 하루 한 끼를 걱정하던 시절의 ‘식사는 하셨어요?’가 더는 주위에서 들리지 않는 걸 보면 우리 생활에서 중요시되고 우선시 되는 것에 따라 인사말도 변해 가는 것 같다.
“저, 요즘 한가해요. 시간 많아요.”라는 답변은 정말로 한가하다기보다는 ‘바쁘지만, 당신을 위해 시간을 낼 수는 있어요.’라는 배려의 말처럼 들리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그러나 솔직히 “에이, 무슨 그런 말씀을….”이라는 상대방의 반응에 정말로 바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해명이나 부정을 하지 않는 이유가 ‘바쁨’, ‘시간 없음’을 통해 ‘나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받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바쁘다 바뻐. 시간이 필요해. 하루 24시간도 부족하다.’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다. 일주일에 최소한 76시간 정도는 자신을 위해 써야 한다고 하는데, 직장 다니랴, 집안일 하라, 기타 등등 도무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여유는 없는 것 같다. 사회 여기저기에서 일과 가정의 불균형 및 근로자의 업무 집중도 저하와 피로 증가, 그리고 건강 악화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의 문제들을 초래한다는(윤기설, 2014) 걱정의 목소리도 들리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바쁜 삶 혹은 시간에 쫓기는 삶을 전문용어로 표현하자면 ‘시간 빈곤 Time Poor’이라고 한다. 시간 빈곤은 Vickery(1977)가 소득에 기반을 둔 빈곤 척도에 시간 개념을 추가하여 사용하면서 2000년 이후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어 왔다. 생업 등으로 인해 소모되는 시간이 많아 자신의 여가 등에 사용 가능한 시간이 없는 시간이 가난한 사람들을 지칭한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필수시간(개인위생, 식사 시간 등), 유급 노동시간(소득 활동), 무급 노동시간(가사&양육)을 뺀 자유시간이 얼마인가를 계산해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작성자 사과나무 심리상담센터 노미화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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