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걸의 시집, 은유 <청어람미디어>
만남의 불가피성이 있다면 헤어짐의 불가피성도 있을 거다
어제까지 입던 옷이 오늘 불편해진다는 것은, 청바지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물은 유전한다. 한 시절 편안하고 맵시 있게 입었더라도 옷은 낡고 체형은 늘고.
그리하여 어느 날 몸에 맞지 않는 다고 느끼는 때가 온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몸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의 시점이 온다. 연심의 변심 혹은 절심은 언제나 비약으로 다가오는 사건이지만, 생물성이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이치이기도 하다.
나도 그랬다.
어디든 데려다주는 날개이자 비바람을 막아주던 존재가
불편하고 갑갑해지는 순간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엄마가 그랬고, 연인이 그랬고, 친구가 그랬고, 동료가 그랬다.
어떤 음악이, 책들이 그랬다. 세월이 그렇게 했다.
생의 시기마다 필요한 옷이 있고 어울리는 색과 취향이 있듯이 삶의 체형도 인연에 맞게 변해간다. 식물도감, 동물도감 속 개체들처럼 사람 역시 멋진 자기유지를 위해 색을 바꾼다.
인연의 옷 갈아입는다.
본문 중..
우리 우정 영원히 변치 말자..
얼마 전에 오래된 책들을 정리하다 친구가 선물한 책에 쓰여있던 글귀였다.
그 흔적을 보는데 가슴 한 켠이 뜨끈해졌다. 그 친구와는 이미 변했고 세월이 흘렀는데도 그 말은 여전히 마음을 의지케한다.
대상관계이론가들은 아기가 태어난 후 얼마간은 엄마와 자신이 하나라 느끼다가, 엄마가 내 밖에 있는 독립된 개체임을 받아들이는 시기가 온다고 했다. 더불어 그 시기에 엄마가 눈앞에서 사라지면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경험하므로 사라져도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로 할때 언제든 다시 되돌아온다는 안정된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아기는 차츰 이해한다. 엄마가 눈앞에 없는 건 잠시라는 걸, 엄마는 원할때 내 곁으로 늘 되돌아온다는 것을. 건강한 분리라는 것을 배우는 과정인데,
그 과정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형성되는지에 따라 우린 자존감형성과 관계에 대한 불신을 견디는 힘을 키울 수 있다.
도널드 위니컷이 말하는 '홀로 있을수 있는 능력'이 이에 해당된다.
아기에게 엄마와 분리 되는 것을 경험하는 것은 그 자체로 견디기 힘든 불안이고 존재가 흔들리는 것 같은 위협이 된다.
인간에게 분리와 독립이란 그토록 아픈 경험과 과정을 수반했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변화에 취약한 이유이며
내가 나에게 누구보다 너그러워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아기가 대상항상성을 배우며 심리적 힘을 기르지만, 성장하며 내 곁으로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 것들이 많음도 알게 된다. 사물도 사람도 말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기가 분리불안을 견디는 것만큼 여전히 위협이 된다.
어른이 되고 성장했지만 깊은 마음 어느 부분은 아기의 그 두려움과 불안이 여전한 것이다.
인생의 본질은 변화, 즉 성장과 쇠퇴로 만든 한벌의 투구와 갑옷이라고 스캇팩 박사는 이야기했다.
얼마 전에 오래 아팠다는 선배와 통화를 하며 속상해하는 내게 담담히 말하는 그녀의 말.
이제 뭐가 와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야..
그 말을 듣는데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나 역시 내 몸의 변화에 대해 실은 정직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되었던 거다.
하물며 내 마음의 변화, 나아가 타인의 변화, 상황의 변화를 받아들임은 얼마나 미숙할 것인가.
머리로는 다 알아버렸다고 말하지만
이성적으로는 세상사 그런 거라 제법 넘기듯이 말하지만
내 안의 어린 나는 여전히 발 딛는 것이 더디고 서툴기만 한 것을 말이다..
올드걸의 시집은 정말 우연히, 제목에 끌려서도 그랬지만 자신을 최대한 나타내지 않았던 작가의 심정을 조금은 공감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에세이마다 적절한 시를 넣어 내용의 풍미를 더했고, 짧은 테마들이 모였지만 결코 가볍지 않으며 작가의 성실한 자기성찰의 결과물들이기에 공감과 위로의 기능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렵지 않다는 것.. 오고가며 편하지만 의미있게 읽힐 책이다.

[출처] 사과나무 마음건강 상담센터 노미화 센터장
사과나무 마음건강 상담센터와 한국데이터뉴스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좋은 글 좋은 마음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좋은 글을 함께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