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담일보=송기성기자] 중국 외교부가 공식 브리핑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공식 직함을 떼어내고 이름만 부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양국 간 갈등이 1년 가까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상대국 정상을 향한 노골적인 외교적 결례를 통해 적대감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홍콩 성도일보 등에 따르면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의 핵무기와 원자력잠수함 보유 논의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면서 다카이치 총리를 ‘다카이치 사나에’라고 이름으로만 불렀다. 이후 중국 외교부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브리핑 녹취록 전문에도 ‘총리’나 ‘수상(首相)’이라는 공식 호칭이 완전히 빠져 있어, 대변인의 단순 말실수가 아니라 중국 지도부의 계산된 의도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했을 당시만 해도 정상적인 외교 호칭인 ‘수상’이라는 직함을 공식 사용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뒤 중일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자, ‘일본 집권 당국’이나 ‘일본 현직 지도자’ 등 간접적인 표현으로 우회해 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공식 석상에서 직함 자체를 아예 생략하고 실명만 호명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성도일보는 “외교적 수사는 오늘날 가장 정교한 ‘말의 게임’이며 지도자를 어떻게 호칭하는지는 양자 관계의 ‘온도계’라고 할 수 있다”며 “직함까지 생략하고 이름만 남긴 것은 일본에 대한 외교적 ‘강등’과도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2001∼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6년 연속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양국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을 때도 공식 석상에서 ‘총리’ 직함을 생략한 적은 없었다. 중국 측의 태도가 과거보다 훨씬 강경해진 것은 다카이치 정권의 대만 관련 안보 정책을 과거 신사 참배 갈등보다 한층 더 중대한 국가 주권 침해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중국 선전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양자 회동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수교국의 현직 정상을 이름만 부르며 적의를 노골화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정상회의 초청을 거두거나 정상 간 조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