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김현섭 기자] “양도연은 도자기 같은 배우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배우 양도연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꺼낸 것은 화려한 수식어가 아닌 ‘도자기’였다. 작은 도자기 그릇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제작부터 초벌, 시유, 재벌을 거쳐야 하듯 자신 역시 시간을 들여 단단하게 만들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의미다.
도자기라는 표현은 그에게 더욱 특별하다. 2004년생인 양도연은 배우가 되기 전 미술대학에서 도자예술을 전공했다. 좋아하던 도예를 뒤로하고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뒤 어느덧 배우 활동 1년 차를 지나고 있다.

화담일보는 배우 플랫폼 캐스타(CASTAR)에 프로필을 등록한 배우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인터뷰를 통해 양도연과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를 선택하게 된 계기부터 비전공자로 첫 경력을 만들어간 과정, 촬영 현장에서 발견한 연기의 매력과 신인 배우로서의 고민,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까지 들어봤다.
도자예술 전공하던 미대생, 어린 시절 자신에게서 배우의 꿈을 찾다
양도연은 처음부터 배우를 준비했던 것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것이 많았고,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입시미술을 시작해 미술대학 도자예술전공에 진학했다.
도예는 적성에도 잘 맞았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도 즐거웠다. 하지만 대학 생활을 이어가면서 자신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소통하며 일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도예를 직업으로 삼은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다 문득 ‘이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어쩌면 조금 외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던 그는 어린 시절 생활기록부를 꺼내봤다. 그 안에는 연극과 공연을 좋아했던 어린 양도연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학교에서 연극 공연을 하고 친구들과 함께 댄스 무대에 올라 사람들을 즐겁게 했던 기억도 다시 떠올랐다.
양도연은 “그때 ‘이 일이라면 평생 즐겁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배우라는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2년간의 대학 생활을 정리했다. 그리고 연기를 제대로 시작하기 위해 부산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기회가 없다면 직접 만들어야 했다”…스스로 만든 첫 번째 경력
서울에 올라오기 전 나름대로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지만 현실에서 연기를 배우고 촬영 현장에 뛰어드는 과정은 생각만큼 순탄하지 않았다.
특히 연기를 전공하지 않은 신인 배우였던 양도연에게는 현장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를 얻는 것부터 큰 과제였다.
프로필을 촬영하고 여러 곳에 지원했지만 경력이 없는 상태에서 쉽게 기회가 찾아오지는 않았다. 그때 양도연은 기다리는 대신 직접 첫 경력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서울에서 처음 아르바이트를 했던 필라테스 센터에서 숏폼 광고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 센터 실장에게 숏폼 광고를 제작해 홍보해보자고 직접 제안했고, 제안이 받아들여지면서 자신의 첫 경력을 만들 수 있었다.
“기회가 없다면 직접 만들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첫 번째 경력은 이후 작품 캐스팅과 광고 활동을 이어가는 발판이 됐다.
현재 양도연은 단편영화와 웹드라마를 중심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단편영화 ‘오버타임’에서 영은 역으로 촬영을 앞두고 있으며, 웹드라마 ‘지금 우리 연수는’ 6화에서는 서연 역, 7화에서는 다현 역으로 출연했다.
2025년에는 인하대학교 단편영화 ‘버튼’에서 수진 역을 맡았으며 뮤직비디오 ‘I LOVE 청주’, 부산외대 ‘Little summer’ 등에도 주연으로 참여했다. 유튜브 채널 ‘숏박스’ 촬영을 비롯해 여러 숏폼 광고의 광고모델로도 활동하며 현장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영상 편집을 좋아했던 경험을 살려 직접 숏폼 광고나 영상 제작물을 촬영하고 업로드하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첫 촬영 그리고 숏박스…“현장에 가는 날이면 설레서 눈이 떠져요”
양도연이 처음 배우로 촬영 현장에 뛰어든 것은 청주에서 열린 뮤직비디오 콘테스트의 뮤직비디오 촬영이었다.
대사가 있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콘티에 따라 다른 배우와 호흡을 맞추고 카메라 앞에서 한 인물로 살아가는 경험은 이전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즐거움을 안겨줬다.
이후 유튜브 채널 ‘숏박스’의 보조출연 현장에도 참여했다.
배역의 비중보다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현역 배우들과 처음으로 함께 호흡할 수 있었던 현장이라는 점이었다.
양도연은 촬영 시간이 길어지고 일정이 지연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선배 배우들이 미소를 잃지 않고 끝까지 연기하는 모습을 인상 깊게 지켜봤다고 했다.
특히 촬영을 마친 뒤 김원훈 배우가 “출연해주셔서 감사해요. 저희 또 만나요”라고 건넨 말도 기억에 남아 있다. 양도연은 당시 경험을 통해 자신 역시 더욱 열심히 활동해 선배들과 함께 연기를 즐길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양도연에게 촬영장은 단순한 일터와는 조금 다른 공간이다.
“촬영 날이 되면 아무리 이른 시간이어도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에 눈이 떠집니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그에게 배우는 자신이 직접 살아보지 못한 수많은 인물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양도연은 그것을 연기가 자신에게 주는 가장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밝은 실제 성격과 차가운 첫인상…범죄·스릴러, 액션에도 도전하고파
지금까지 양도연이 주로 맡아온 것은 밝고 해맑은 이미지의 역할이다.
실제로도 낯가림이나 수줍음이 적고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는 성격이다. 주변 사람들이 바라보는 자신의 성격 역시 스스로 생각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반면 외적인 첫인상은 정반대라고 설명한다.
무표정일 때는 차가워 보일 수 있어 처음 만난 사람들은 실제 성격과는 다른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양도연은 이러한 차이를 오히려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외적인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범죄물이나 스릴러 장르의 어두운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춤과 운동처럼 몸을 사용하는 활동도 좋아해 기회가 된다면 액션 연기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나만의 색을 잃지 않는 것”…신인 배우 양도연의 고민
배우 활동을 이어가면서 고민도 생겼다.
현재 양도연에게 가장 큰 과제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 동시에 ‘양도연이라는 배우만이 가진 색’을 발견하는 것이다.
자신과 비슷한 환경에서 출발해 같은 고민을 안고 활동하는 신인 배우들이 많고, 이미 자신만의 캐릭터와 색이 뚜렷한 배우들도 많다. 그들과 함께 연기하고 현장에서 호흡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것이 결국 ‘나만의 색을 잃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른 배우를 의식하기 시작하면 고민은 쉽게 자신을 향했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내가 너무 뒤처지고 있지 않은가’, ‘나의 실력의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이어지면서 끝없이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
그럴 때 양도연이 선택한 방법은 오히려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끊어내는 것이다.
“그저 저를 믿으면서 지금 하고 있는 연기의 즐거움을 느끼고, 주어진 일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해야 저만의 색을 찾아 연기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타인의 삶을 관찰하고, 자신을 공부하는 배우
양도연이 생각하는 자신의 배우로서의 강점 역시 이러한 고민과 연결돼 있다.
그는 작품 속 인물을 표현할 때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현장에 투입돼 연기를 할 때면 긴장하거나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의식하면서 평소의 자신을 잃어버리는 순간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평소 자기 자신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
밝은 성격이지만 우울하거나 슬프고 화가 났을 때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 반대로 즐겁거나 행복할 때는 어떤 감정으로 행동하는지를 관찰한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관심을 갖는다.
가능한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려고 노력하며, 쉽게 공감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자신은 왜 그것에 공감하지 못하는지까지 생각해본다.
양도연은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제가 저에 대해 잘 알기 위해 노력하는 점이 배우로서 저의 강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본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는 배우
촬영이나 오디션이 없는 시간에도 배우로서의 준비는 계속된다.
동료 배우들과 연습실에서 합을 맞추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연기 스터디에 참여해 작품과 연기를 연습한다.
그 가운데 양도연이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독서다.
촬영 현장에 가기 전 대사를 완벽하게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대사를 제대로 외우기 위해서는 먼저 그 문장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자연스럽게 문해력을 기르는 훈련으로 책을 가까이하게 됐다.
“결국 배우는 대본을 읽고 인물의 삶을 나에게 동기화해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양도연에게 책은 다양한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동시에 그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보는 연습이기도 하다.
단순히 대사를 암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말을 하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독서를 배우로서의 중요한 훈련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다.
“저 배우는 진짜 저 인물 같다”…평생 연기하는 배우를 꿈꾸다
양도연이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단순히 많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이 연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경험하는 것처럼 시청자와 관객 역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자신과 다른 인물의 삶을 경험하고 함께 울고 웃는다고 바라본다.
그 사이를 연결하는 것이 배우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양도연은 자신이라는 배우가 매개체가 돼 많은 사람이 자신이 연기하며 느끼는 희로애락을 함께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연기’가 아니라 실제 그 인물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목표도 세웠다.
“‘저 배우는 진짜 저 인물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자신이 하는 일이 즐겁기 때문에 가능한 한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다는 양도연. 그의 최종 목표는 분명하다.
“죽을 때까지 연기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양도연은 도자기 같은 배우입니다”
인터뷰 마지막, 아직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떤 배우로 소개하고 싶은지 묻자 양도연은 자신의 첫 전공으로 다시 돌아갔다.
“양도연은 도자기 같은 배우라고 소개드리고 싶네요.”
작은 도자기 그릇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제작과 초벌, 시유, 재벌을 거치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긴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 도자기는 견고하면서도 아름답고 그 안에 여러 가지를 담아낼 수 있다.
양도연은 배우로서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많은 분들이 저라는 배우를 보셨을 때 배우의 연기가 견고하고, 천천히 오래 보고 싶은 배우라는 인상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도자예술을 공부하던 미대생에서 배우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하고 부산을 떠나 서울로 향한 양도연. 첫 번째 기회가 오지 않자 직접 자신의 첫 경력을 만들었고, 그렇게 하나씩 현장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아직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하지만 그가 그리고 있는 배우의 모습은 분명하다. 빠르게 완성되는 배우보다 시간을 들여 단단해지고, 여러 인물의 삶을 담아내며 오래 연기하는 배우다.
양도연은 인터뷰를 마치며 말했다.
“오래오래 좋은 연기 보여드리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