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고객센터의 효율성,
소비자 권리와 동행해야 한다
AI 응대 한계 및 상담 연결 지연으로 초기 피해구제 장벽 심화
'고객센터 차단 및 챗봇 반복 응대' 불만 다수 확인
소통 단절 시 '상담원 즉시 연결' 및 '기업 내부 전담기구 연계' 촉구
기업들의 AI 고객센터(AICC) 도입이 단순 문의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 구조가 복잡한 분야에서는 AI의 기계적 응대가 자칫 소비자와의 원활한 소통을 가로막아 초기 분쟁 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권리 구제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효율성과 소비자 보호가 균형을 이루는 AI 고객센터 운영 문화를 정착시켜 불필요한 법적 비용을 줄이고 고객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현재의 운영 실태를 짚어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챗봇에 갇힌 소비자… 통계와 사례로 본 피해 실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6년 6월 기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전체 상담 건수는 5만 4,854건에 달하며, 특히 이동전화서비스 불만이 다발 품목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기본적인 서비스 불만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발생한 플랫폼 및 통신 서비스 지연 사태에서는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해 상담원을 찾은 소비자들이 '전화 연결은 차단되고 챗봇으로만 응대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초기 고객센터 단계에서의 소통 단절과 기계적 응대가 오히려 불만을 가중시키고 분쟁을 외부로 확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피해 사례 인터뷰]
"환불이나 보상을 요구하려 해도 전화는 계속 끊어지고, 챗봇은 '담당 부서로 전달하겠다'는 매크로 답변만 반복했습니다. 며칠을 허비하다 결국 통신분쟁조정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텍스트 입력이 서툰 노인분들은 오죽 답답하시겠습니까?" (소비자 A씨, 40대)

AI 생성이미지
이처럼 AI가 맥락을 파악하지 못해 동일한 답변만 반복하는 '핑퐁 응대' 현상은 초기 사실관계 확인을 크게 지연시킨다. 또한, 기업이 상담원 연결 메뉴를 의도적으로 숨기는 다크 패턴(Dark Pattern)은 고령자 등 디지털 약자들의 권리 주장을 중도 포기하게 만든다. 결국 기업 내부에서 신속하게 종결될 수 있었던 작은 불만이 장기 분쟁으로 격화되어, 공적 대체적 분쟁해결(ADR) 기구로 이관됨으로써 막대한 사회적·법적 비용의 증가를 낳고 있다.
□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소비자 중심의 AI 고객센터 운영을 위한 3대 정책 제안
기업이 AI 기술의 혜택을 누림과 동시에 소비자의 정당한 피해구제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3가지 제도적 보완책을 제안한다.
첫째, 분쟁 초기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Fast-Track(신속 처리 제도)' 도입이다. AI 상담 과정에서 3회 이상 소통 오류가 발생하거나 '보상', '해지'와 같은 분쟁 징후 키워드가 감지될 경우, 즉각적으로 실질적 권한을 지닌 인간 상담원에게 연결되도록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이는 분쟁 발생 초기 단계에서의 사실확인 지연을 방지하고, 고객이 체감하는 소통의 단절 현상을 해소하여 전반적인 서비스 만족도를 제고하는 데 기여한다.
둘째, 분쟁의 외부 이전을 방지하기 위한 '기업 내 소비자보호전담기구 연계(Pre-ADR)' 체계 구축이다. AI 고객센터 단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미결 민원을 일반 부서가 아닌 소비자보호 전담기구로 자동 이관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통신분쟁조정 피해구제 제도 등 공적 분쟁조정으로 민원이 이관되기 전 단계에서 기업이 선제적이고 유연한 합의를 유도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법적 비용을 감축하고 기업 내부의 자율적 분쟁 해결 실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셋째, 실질적 고객 경험 개선을 위한 '핵심성과지표(KPI)의 질적 전환'이다. 기존 고객센터의 평가 지표를 단순 양적 기준인 '응대율'에서 벗어나, '첫 응대 시 해결률(FCR)' 및 '분쟁 예방률'과 같은 질적 지표로 전면 재편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 고객센터의 운영 패러다임을 단순한 비용 절감 목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고객 피해 구제 및 고객 경험(CX) 중심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정책적 기반이 된다.
기업의 혁신적인 AI 도입 노력은 존중되어야 하나, 기술이 소비자의 불편을 덜어주는 도구가 아닌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향후 디지털 소외 계층이나 복합적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권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와 업계가 협력하여 합리적인 AI 고객센터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건강한 피해구제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