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군 안팎에서 각 군의 ‘합동성(Jointness)’ 강화를 명분으로 육군·해군·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전(前) 해군사관학교장 출신인 이성열 제독이 이러한 주장의 논리적 허점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작심 비판에 나섰다. 이 제독은 최근 열린 한 안보 및 국방 정책 관련 토론회에 참석하여, 사관학교 통합론자들이 핵심 근거로 삼고 있는 미국의 ‘골드워터-니콜스법(Goldwater-Nichols Act)’과 미국 랜드(RAND) 연구소의 보고서 내용이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심각하게 왜곡되어 인용되고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현역 시절부터 군 조직 개혁과 합동성 문제에 깊은 관심을 두고 관련 법안과 제도를 심도 있게 연구해 온 국방 전문가로서, 피상적인 제도 통폐합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군 합동성 창출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화두를 던졌다. 특히 각 군의 고유한 특수성과 사관학교 교육의 본질을 도외시한 채, 단순히 생도들을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모아놓으면 친교가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합동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일각의 낭만적이고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잘못된 순서도”라며 강도 높게 일갈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제독은 먼저 사관학교 통합론의 주요 논거로 자주 등장하는 미국의 ‘골드워터-니콜스 국방부 재조직법’에 대한 역사적 사실관계를 명확히 바로잡았다. 1986년에 제정된 이 법은 1980년 주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구출 작전(독수리 발톱 작전)의 참담한 실패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탄생한 미국의 획기적인 군사 개혁 법안이다.

당시 작전 실패의 주된 원인이 각 군 간의 극심한 이기주의, 맹목적인 공명심, 그리고 지휘 체계의 혼선으로 지목되면서, 미군은 오랜 시간의 치열한 논의와 숙고 끝에 군령권과 군정권을 분리하고 합동참모본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혁신했다. 이 제독은 이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며, “해당 법안의 그 어느 구절을 살펴보아도 각 군 사관학교를 물리적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당위성이나 관련 규정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미 국방부의 의뢰로 장교 교육 체계와 합동성 강화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랜드연구소의 수많은 보고서들 역시 사관학교 시절부터의 무조건적인 통합 교육을 해결책으로 제시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군의 지휘 및 작전 체계의 유기적 결합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과 학술적 연구 결과들을, 사관학교라는 근간 교육 기관의 통폐합이라는 전혀 다른 목적을 위해 아전인수 격으로 끌어다 쓰는 정책적 오류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어 이 제독은 민간 대학과 비교하여 사관학교의 교육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사관학교 교육의 특수성과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단견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사관학교의 교육 과정을 단순한 학문적 지식 전달이나 사회적 스펙을 쌓는 과정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군인으로 거듭나는 뼈를 깎는 ‘존재론적 개조 과정’으로 정의했다. 사관생도들은 ‘살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싸워야 하는 존재’, 나아가 ‘전쟁의 참상을 막기 위해 누구보다 철저히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모순적인 숙명’을 짊어지기 위해 자발적으로 그 가시밭길을 선택한 이들이다.
따라서 그들의 교육 과정은 일반 민간 대학의 자유로운 학풍과는 전혀 다른 궤도를 달릴 수밖에 없으며, 엄격한 규율 속에서 극한의 체력적, 정신적 한계를 시험하는 거칠고 험난한 훈련이 반드시 수반되어야만 한다. 전문적인 학위 취득을 위한 학술 교수 과정 못지않게 철저한 통제와 자기희생을 요구하는 ‘훈육(訓育)’이 24시간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사관학교의 특성상, 일시적인 교육 만족도나 안락함이 낮게 측정되는 것은 오히려 그 교육이 본래의 엄중한 목적에 맞게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 이 제독의 흔들림 없는 철학이다.

마지막으로 이 제독은 군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합동성’의 본질과 그 달성을 위한 올바른 순서를 제시하며 무분별한 통합론의 허구를 다시 한번 매섭게 짚어냈다. 군사학적 관점에서 합동성은 크게 무기 체계 및 작전 환경의 인프라를 공유하는 ‘물리적 통합’, 교리와 전략 및 전술 개념의 통일을 의미하는 ‘지적 통합’, 그리고 상호 굳건한 신뢰와 전우애를 바탕으로 한 ‘영적(정서적) 통합’의 세 가지 심층적 영역으로 나뉜다. 통상적으로 실효성 있는 진정한 합동성은 철저한 물리적 통합 기반 위에 지적 통합이 오랜 시간 숙성되고, 그 최종적인 결실로써 영적 통합이 완성되는 단계를 거친다. 그러나 이 제독은 현재 대한민국 국군이 과연 각 군 간의 물리적, 지적 통합을 얼마나 고도화해 내었는지 뼈아픈 자성을 촉구했다.
작전 지휘 통제 체계의 완벽한 연동이나 각 군 교리의 유기적인 일치 등 실질적이고 구조적인 통합 과제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근본적인 시스템 구축은 뒤로한 채 단지 사관생도들을 한 공간에 몰아넣어 '친교'를 맺게 하면 영적인 통합이 이루어지고 단숨에 합동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주장은 심각한 논리적 비약이자 선후가 완전히 뒤바뀐 위험한 접근이라는 것이다. 이는 향후 국방 개혁이 단순한 보여주기식 행정이나 외형적 기관 통폐합에 급급해서는 안 되며, 실전에서 강력하게 작동할 수 있는 뼈대 있는 합동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정책적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국방 원로의 묵직하고도 뼈 있는 경고로 풀이된다.
경기산업신문, 김성현 발행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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