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람료 부담과 OTT 이용 제한, 홀드백 정책 재검토해야
▶ 문체부는 ‘6개월 홀드백’ 아닌 소비자 중심의 영화산업 대책 마련해야
▶ 할인쿠폰까지 지원할 만큼 관람료 부담 큰데, 소비자에게 선택권 제한은 부당
▶ 문체부ㆍ영진위, 소비자 권리 제한하는 홀드백 밀실합의 중단하라
극장에서 상영한 영화의 OTT· IPTV 등 2차 유통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이른바 ‘홀드백’ 제도의 법제화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극장 상영 종료 후 최대 6개월이 지나야 다른 플랫폼에 영화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계류 중이며, 정부 역시 영화산업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영화산업의 위기를 이유로 소비자의 콘텐츠 이용 경로를 인위 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일률적인 6개월 홀드백 의무화에 반대하며, 소비자의 선택권과 편익을 중심에 둔 영화 산업 대책과 구조적 문제 개선을 촉구한다.
□ ‘6개월 홀드백’ 영화산업의 해법이 될 수 없어
홀드백을 주장하는 측은 OTT의 빠른 공개가 소비자의 극장 관람을 감소시키고 극장 수익 악화로 이어져 영화산업 전체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화산업의 위 기를 OTT와 짧아진 홀드백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다.
소비자가 극장을 찾지 않는 이유에는 영화 콘텐츠의 경쟁력, 높은 관람료, 상영작의 다양성, 극장의 상영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극장 관람 빈도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영화 관람비가 부담스러워서’, ‘볼 만한 영화가 없어서’ 등이 꼽혔다. OTT 이용 증가 역시 하나의 요인이지만, 소비 자의 극장 이용 감소를 OTT만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최근 영화 관람료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소비자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영화 관람 활성화를 위해 할인쿠폰을 지원하고 있는 것 역시 높은 관람료가 소비자의 극장 이용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극장 관람 이후 다른 플랫폼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기를 일률적으로 6개 월까지 제한한다면 소비자는 비싼 극장 관람료를 감수하거나 장기간 영화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영화산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소비자에게 더 많은 비용과 불편을 감수하도록 요구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공정위 역시 6개월 홀드백 의무화가 OTT 사업자의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 선택권과 후생을 저해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으며, 영화진흥위원회 역시 일률적인 홀드백이 중소영화의 수익 기반을 약화시키고 오히려 OTT 직행을 증가시켜 영화 생 태계를 위축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 극장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소비자에게 떠넘겨서는 안돼
현재 한국 영화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 나 그 해법이 소비자의 시청 기회를 제한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최근 영화계 내부에서도 한국 영화 위기의 원인으로 OTT뿐 아니라 대기업 중심의 수 직계열화와 극장의 스크린 집중, 흥행작 중심의 상영 구조 등이 지적되고 있다. 영화 단체연대회의는 6개월 홀드백 법안이 투자비 회수를 어렵게 하고 관객의 볼 기회를 제한하는 잘못된 처방이라며, 스크린 집중 제한과 투자 지원책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극장에서 충분한 상영 기회를 확보하지 못한 영화의 OTT 공개까지 늦춘다면 오 히려 더 많은 관객을 만날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 극장 상영 기회의 불균형은 그대 로 둔 채 OTT 공개만 제한하는 것은 영화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 라 유통의 마지막 단계에서 소비자의 선택만 제한하는 것에 불과하다.
□ 자율협약도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방식이어서는 안돼
문화체육관광부가 법제화 대신 업계 자율협약을 통해 홀드백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 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자율협약’이라는 형식만으로 소비자 권리 침해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자 간 합의가 사실상 획일적인 홀드백 기간을 정하고 이를 시장의 표준으로 강제 한다면, 법률에 의한 의무화와 결과적으로 다르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소비자가 직접 협상에 참여할 수 없는 사업자 간 협약이라면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
따라서 문체부가 마련해야 할 것은 ‘몇 개월 동안 OTT 공개를 막을 것인가’가 아니 라 ‘극장과 OTT가 공존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과 영화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보 장할 수 있는 유통질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이다.
□ 영화산업 보호와 소비자 권리가 함께 보장되어야
영화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극장과 OTT를 대립시키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 다. 극장에는 다양한 영화가 충분히 상영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제작·배급업계 에는 안정적인 투자와 수익 회수 구조를 마련하며, OTT에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보 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과 다양한 콘텐츠 접근 경로를 보 장해야 한다.
정부가 영화 관람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할인쿠폰까지 지원하고 있다면, 이제는 일시 적인 할인 지원을 넘어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부담 가능한 가격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 극장 관객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소비 자가 OTT를 이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과 다양한 콘텐츠, 충분한 상영 기회를 통해 소비자가 다시 극장을 찾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문체부와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획일적인 6개월 홀드백을 자율 협약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2. 홀드백 자율협약에 소비자 대표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3. 영화산업 위기의 원인을 OTT에만 전가하지 말고 높은 관람료, 스크린 집중, 대기 업 중심의 수직계열화 등 구조적 문제를 종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4. 영화산업 지원정책의 중심을 소비자에게 비용과 불편을 전가하는 규제가 아니라 콘텐츠 다양성 확대와 제작·투자 생태계 개선에 두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