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담벼락 사이로 피어난 작은 꽃을 발견한다. 그냥 지나치면 평범한 풍경이지만 스마트폰으로 그 순간을 찍고 ‘좁은 틈에서도 봄은 길을 찾는다’라는 짧은 문장을 붙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 장의 사진과 몇 줄의 언어가 만나 하나의 시가 된다. 디지털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문학 장르인 ‘디카시(Dica-poem)’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Digital Camera)와 시(Poem)를 결합한 말이다. 자연이나 일상에서 순간적으로 포착한 장면을 사진으로 담고, 그 이미지에서 떠오른 감흥을 짧은 시적 언어로 표현하는 문학 형식이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오늘날에는 별도의 카메라가 없어도 누구나 쉽게 창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친숙하다.
하지만 디카시는 단순히 사진에 좋은 글귀를 붙이는 것과는 다르다. 사진이 시를 꾸며주는 배경도 아니고 시가 사진을 설명하는 해설도 아니다. 사진과 언어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 디카시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텅 빈 공원 벤치 사진에 ‘누군가 떠난 자리에도 오후는 오래 앉아 있었다’라는 문장을 더한다고 생각해보자. 사진만 보았을 때는 평범한 벤치였지만 짧은 언어가 더해지는 순간 기다림과 이별, 추억이라는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난다. 반대로 글만 읽었을 때와 달리 실제 벤치의 이미지가 함께하면서 독자의 상상도 더욱 구체적으로 확장된다.
디카시의 매력은 무엇보다 짧다는 데 있다. 긴 시를 쓰거나 특별한 문학적 지식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 일상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을 발견하고 그 느낌을 몇 줄의 언어로 압축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화려한 표현보다 ‘무엇을 발견했는가’이다.
이러한 특징은 짧은 영상과 이미지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의 문화와도 잘 어울린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진을 찍는다. 음식과 커피, 여행지의 풍경, 반려동물, 가족, 노을과 꽃을 스마트폰에 담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진은 저장된 뒤 다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디카시는 그 평범한 사진에 생각과

감정을 더해 하나의 기억이자 작품으로 바꿔준다.
디카시의 또 다른 가치는 ‘관찰하는 삶’을 만들어준다는 데 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장소를 찾아갈 필요가 없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졸고 있는 사람, 비 오는 날 창문에 맺힌 물방울, 시장 골목의 오래된 간판, 빈 의자, 떨어진 낙엽도 훌륭한 소재가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카메라의 성능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누군가는 그냥 지나치지만 누군가는 그 안에서 이야기를 발견한다. 디카시를 쓰기 시작하면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풍경에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머문다.
중장년과 시니어 세대에게도 디카시는 흥미로운 문화활동이 될 수 있다. 산책하면서 사진을 찍고 그날의 생각을 몇 줄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삶을 기록할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작품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소통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문학은 거창한 곳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 아침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 길모퉁이에 피어난 꽃 한 송이, 오래된 신발 한 켤레에서도 시는 태어난다. 스마트폰으로 그 순간을 포착하고 자신의 생각을 짧은 언어로 남기는 순간 평범했던 하루는 하나의 작품이 된다.
사진은 순간을 기록하지만 시는 그 순간에 마음을 남긴다. 사진 한 장과 짧은 언어로 일상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디카시. 어쩌면 디카시는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만들어낸 가장 친근한 생활문학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