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리드: 28년 만의 복귀, 아비뇽 무대를 사로잡은 한국어와 K-공연예술
▪️ 한국어가 세계 최고 공연 축제의 공식 초청 언어가 된 의미는 무엇인가
▪️ 교황청 돌벽 울린 한강의 문장과 이자벨 위페르·이혜영의 낭독
▪️ 톨스토이 소설 재해석한 이자람 판소리에 프랑스 언론이 환호한 배경은
▪️ 기후 위기부터 제주 4·3까지 다양성으로 입증한 한국 창작 무대
▪️ AI 시대에 원천 서사와 인간의 목소리가 제시한 문화적 이정표
▪️ FAQ
▪️ [전문 용어 사전]
2026년 7월 25일 폐막한 제80회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한국 공연예술이 3주간의 대장정을 거치며 총 2만 1천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주요 초청작 대부분이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과 함께 세계 공연예술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이 무대에서 한국어가 아시아 언어권 최초이자 단일 국가 언어로도 첫 '공식 초청 언어'로 채택되었으며, 한국 작품 9편이 메인 무대인 공식 프로그램에 선 것은 1998년 이후 28년 만의 일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어제(29일) 발표한 종합 집계에 따르면, 이번 흥행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언어적 장벽을 넘어선 한국 고유의 원천 서사가 유럽 현지 관객과 평단에 보편적 예술성을 입증한 계기가 되었다. 이는 K-팝과 드라마 중심의 대중문화를 넘어 순수 공연예술과 문학 영역까지 K-컬처의 유통 스펙트럼이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실질적 지표이다.

아비뇽 교황청 명예극장 무대를 가득 채운 2천여 명의 현지 관객들이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기반 낭독극 '새'가 끝난 뒤 일제히 일어서서 환호와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일러스트
한국어가 세계 최고 공연 축제의 공식 초청 언어가 된 의미는 무엇인가
세계 연극계의 성지로 통하는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특정 언어를 '공식 초청 언어'로 지정하는 것은 해당 언어권의 문학과 공연 전체를 축제 전반의 주빈으로 조명하겠다는 선언이다.
프랑스어를 포함한 유럽 언어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80년 축제 역사에서 아시아권 언어가 공식 초청 언어로 선택된 것은 최초이며, 이는 한국 문학과 공연예술의 예술적 완성도를 국제 무대가 공식 인정한 결과로 볼 수 있다.
28년 만에 성사된 한국 작품 9편의 공식 프로그램 참가 역시 단발성 해외 진출이 아니라 공공 지원과 번역, 국제 교류 네트워크가 결합된 구조적 결실로 평가받는다.
축제를 총괄한 티아고 호드리게스 예술감독이 지속적인 한국 예술가들과의 협력을 약속한 점은, 한국 공연예술이 일시적 이슈에 그치지 않고 유럽 현지 유통망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발판이 마련되었음을 뜻한다.
교황청 돌벽 울린 한강의 문장과 이자벨 위페르·이혜영의 낭독
이번 축제에서 가장 거센 화제를 모은 순간은 2천 석 규모의 주 무대인 아비뇽 교황청 명예극장 무대에서 펼쳐진 낭독공연 '새'였다.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다룬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공연은 한국의 배우 이혜영과 프랑스의 대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각각 한국어와 프랑스어로 대사를 교차 낭독하며 작품의 인문학적 깊이를 더했다.
공연 말미에는 노벨상 수상 이후 첫 공식 행보로 현지를 찾은 한강 작가가 직접 무대에 올라 낭독을 마무리했으며, 객석을 채운 관객들은 긴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한강 작가는 현지 간담회를 통해 혐오의 시대에 문제를 인식하는 것 자체에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으며, 역사적 특수성이 담긴 서사임에도 세계 관객이 뜨겁게 반응한 것은 인간의 고통과 기억이라는 보편적 주제가 라이브 낭독의 힘을 통해 언어의 국경을 뛰어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톨스토이 소설 재해석한 이자람 판소리에 프랑스 언론이 환호한 배경
한국 전통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 판소리 역시 현지 평단과 독자들의 높은 호응을 끌어냈다. 소리꾼 이자람의 '눈, 눈, 눈'은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 『주인과 하인』을 판소리 양식으로 바꾼 작품으로, 축제 기간 내내 객석을 가득 채웠다.
프랑스 주요 문화 매체 '텔레라마'는 이자람을 한국어 프로그램 중 가장 환호할 만한 발견으로 꼽으며, 관객을 판소리의 세계로 완전히 끌어들였다고 소개했다.
서양 고전 문학의 서사를 한국 전통 판소리의 음율과 절제된 소리로 풀어낸 시도는 현지 관객에게 낯선 언어적 한계를 극복하고 신선한 예술적 자극을 안겼다. 이는 한국 전통 공연이 고사된 유산이 아니라 동시대 서사와의 결합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강력한 흥행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기후 위기부터 제주 4·3까지 다양성으로 입증한 한국 창작 무대
대형 흥행작 외에도 현대무용, 다큐멘터리 연극, 연희 해체 등 장르적 스펙트럼을 넓힌 한국 작품들이 현지 무대에서 대거 성과를 냈다.
안무가 허성임의 '1도씨'는 폭염이 기승을 부린 현지 기후 상황과 맞물려 기후 위기 메시지를 압도적 에너지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입센상 수상자인 구자하 작가는 '쿠쿠', '한국 연극의 역사', '하리보 김치' 등 3부작을 선보이고 한식 체험을 연계해 독창적 경험을 제공했다.
제주 4·3을 다룬 이경성의 '섬 이야기', 제주 해녀의 삶을 담은 이진엽의 '물질', 전통예술 기반 리퀴드사운드의 '긴:연희해체프로젝트Ⅰ' 등도 대다수 회차가 매진되었다.
여기에 공연장 인근 '사유의 카페'와 한국어 서점 등 부대 행사가 연계되어 현지 독자들의 접근성을 높였으며, 이러한 다채로운 라인업은 K-공연예술이 특정 스타나 장르에 의존하지 않고 다채로운 창작 저변을 보유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AI 시대에 원천 서사와 인간의 목소리가 제시한 문화적 이정표
이번 아비뇽 페스티벌에서의 흥행 성과는 생성형 AI 기술이 급격히 확장되는 시대에 공연예술이 지녀야 할 본질적 가치를 명확히 제시한다. 디지털 복제나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무대 위 인간의 생생한 목소리와 역사적 상흔을 직면하는 독창적 원천 서사가 세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 동력이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이번 축제를 통해 확보된 국제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K-공연예술의 지속 가능한 글로벌 유통과 후속 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기술적 정교함을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고유한 원천 IP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세계 시장에 제시하는 것이 향후 한국 공연예술이 나아갈 핵심 방향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식 집계 및 현지 보도 자료를 바탕으로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 메인 프로그램(IN)에 초청된 주요 한국 작품의 장르, 핵심 소재, 현지 관객 반응 및 평단을 비교 분석한 자료
FAQ
Q : 아비뇽 페스티벌의 메인 무대인 '공식 프로그램(IN)'과 비공식 무대(OFF)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A : 공식 프로그램(IN)은 축제 사무국과 예술감독이 직접 작품성과 예술성을 엄격히 심사해 기획·초청하는 메인 무대이다. 반면 OFF는 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장외 무대로, 이번 한국 작품 9편의 초청은 메인 무대인 IN에 28년 만에 대거 진입했다는 점에서 격이 다른 성과이다.
Q : 한강 작가는 이번 아비뇽 축제 현지 간담회에서 어떤 메시지를 남겼는가?
A : 노벨상 수상 이후 첫 공식 행보로 현지를 찾은 한강 작가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금은 혐오의 시대이지만 문제를 인식하는 것 자체에 희망이 있다"고 밝히며, 문학과 예술을 통해 타인의 고통에 응답해야 한다는 시대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Q : 구자하 작가의 다큐멘터리 연극 등에서 선보인 한식 체험 연계 연출은 어떤 반응을 얻었나?
A : 입센상 수상자인 구자하 작가는 '쿠쿠', '하리보 김치' 등에서 밥솥 오브제와 한식 체험을 공연과 결합했다. 현지 관객들은 한국의 현대사와 정체성을 감각적·체험적으로 다룬 독창적 시도에 열띤 호응을 보냈다.
Q : 소리꾼 이자람의 창작 판소리에 현지 매체 텔레라마(Télérama)가 높은 점수를 준 이유는 무엇인가?
A : 텔레라마는 톨스토이 소설을 재해석한 이자람의 '눈, 눈, 눈'을 올해 한국 프로그램 중 가장 환호할 만한 발견으로 꼽았다. 서양 고전 문학을 한국 전통 판소리의 음율과 압도적인 소리로 완벽히 끌어들였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Q : 아비뇽 현지에 개설된 '사유의 카페'와 한국어 서점 등 부대 행사는 어떻게 운영되었나?
A : 공연장 주변에는 한국어 서점과 문화 소통 공간인 '사유의 카페'가 조성되어 축제 기간 내내 현지 관객과 유학생, 관광객들이 한국 문학집과 예술 서적을 접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함께 제공되었다.
[전문 용어 사전]
▪️ 아비뇽 페스티벌: 1947년 시작된 프랑스의 대표적 국제 공연예술 축제로, 메인 무대인 공식 프로그램(IN)과 비공식 무대(OFF)로 구성된다.
▪️ 공식 프로그램(IN): 축제 사무국과 예술감독이 직접 기획하고 엄격히 선별하여 초청하는 아비뇽 페스티벌의 메인 공식 참가작 라인업이다.
▪️ 공식 초청 언어: 아비뇽 페스티벌이 특정 국가나 언어권의 문학과 공연예술을 집중 조명하기 위해 매년 지정하는 주빈 언어 제도이다.
▪️ 원천 서사: 판소리, 역사적 사건, 문학 작품 등 다양한 2차 창작과 공연 장르로 확장될 수 있는 고유한 스토리텔링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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